월소(月梳)
―접촉
유미애
달의 꿈속, 당신이 내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장미도 모란도 싫어라 나는, 송곳니가 아름다운 짐승이 되기 위해 각두(殼斗)로 잇몸을 파헤친다 첫 그늘에 숨긴 반 조각, 빛을 품고 기다린다
인간이란 상상력이 지나친 종, 생시의 입술은 슬퍼라 기어올라 상처의 끝을 보고 말리 마지막 어둠 속을 우짖다 가리 엎드려 부족의 노랫말을 지우면 낙과를 줍는 눈의 이끼가 붉다 나는 산발한 채 눈 덮인 플랫폼을 달린다
그대는 어느 나무 어떤 가지가 떠나보낸 그리운 말일까 모든 산 모든 숲의 날숨을 비린 혀에 얹어보는 밤, 결백해라 당신의 옆모습에 피는 작은 꽃들 다시 찾은 달을 네 발 깊이 감추고
나는 밀려드는, 길이 무성할 온몸의 털을 빗으며 히죽, 웃는다
―계간『다층』(2014.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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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소月梳
김말화
검은 하현의 생을 빗겨요
달빛 스며드는 툇마루에 앉아 당신의 뒤태를
쓸어내려요 어느 시간에는 나를 빗질했던,
빗살마다 은빛 추억이 촘촘 박히고
바람은 자작나무 숲 사이를 빠져나가요
어데 먼 산에선 노루 울음소리
잠 못 드는 당신 궁리를 헤집다 손끝으로 훑어 내리면
모스부호 같은 허밍 소리
딸과 같은 해 태어난 시누이 옷을 만들었다죠
바늘땀이 한 땀만 삐뚤어져도 모조리 뜯어버리던
어린 시누이 앙탈을 받아줄 때도 허밍 소리가 났다죠
오촉 등처럼 켜지는 달맞이꽃이 가슴에
와락 안겼던 밤이었다죠
수많은 계절이 당신의 처진 소매 속으로 들어가고
하프의 현을 튕기며 빠져나가는 시간의 발자국
또 한 계절이 당신 어깨를 빌려서 오네요
허밍허밍
어깨와 목덜미 손가락 사이로
소리의 아우라들이 지나가네요
엄마는 반달의 감정을 내 가슴에 달아주고 떠났어요*
달빛이 당신의 회한을 빗질하고 가네요
* 진은영 시 「나의 달은 매일 운다」중.
―『포항문학』(2014. 통권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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