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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김사인
거센 바람 속에
새가 난다
날아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파득이는
저 혼신의 날개짓이
넒은 강
건널까
저 거센 힘과 파닥임 사이
아슬한 균형 박차고
기어이 날아갈까
날아
못가고 몸 솟구쳐 이름없는 새
오른다
바람의 숨막히는 쇠그물의 끝을 향해 작은 새
피묻어 오른다
유연한 포물선 아니라
예리한 비수로 파랗게 날 서
수직으로, 온몸을 던져 수직으로
솟구쳐
바람의 멱통을 쪼아, 쪼아
피투성이 육신을
쪼아
살아
건널까 작은 새
죽음의 바람을 뚫고 넓은 강
몸은 벗어 장사지내도 그 예민한 부리
살아 건널까
저 새
기어이
―시집『밤에 쓰는 편지』(도선출판 청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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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김사인
새여
물길 거슬러
멀리 이 도회의 강가에까지 이른
갈매기여
네 몸짓은 이미 평화로워
이승의 것이 아니구나
머리 풀고 깃 접을 아무데도
여기는 없다
우아한 날갯짓 너머 시간은 멎어 있고
죽음과 같은 고요만 깊고 깊다
누가 알리
허공에 몸을 띄운
근육의 내밀한 긴장과 핏발 선 두 눈
아무도 이곳에 없고
그토록 의연했구나
돌아가 쉬라 새여
훗날의 아름다운 하늘 속으로
네 지나간 자리엔
감꽃 하나 지지 않았으니
―시집『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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