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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이육사 - 카톡 좋은 시 129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7. 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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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29     

   청포도

   ―이육사(1904∼1944)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시집『문장』. 1939. 8: 『육사 시집』. 열린책들. 2004)

 

 

청포도


―이육사(1904∼1944)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299』 (동아일보. 2014년 08월 25일)
(『문장』. 1939. 8: 『육사 시집』. 열린책들. 2004)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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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문장』. 1939. 8: 『육사 시집』. 열린책들. 2004)
―김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