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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워리 비 해피/r권혁웅 - 호명/김이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8. 1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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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워리 비 해피


권혁웅


1.

워리는 덩치가 산만한 황구였죠
우리집 대문에 줄을 매서 키웠는데
지 꼴을 생각 못하고
아무나 보고 반갑다고 꼬리치며 달려드는 통에
동네 아줌마와 애들, 여럿 넘어갔습니다
이 피멍 좀봐, 아까징끼 값 내놔
그래서 나한테 엄청 맞았지만
우리 워리, 꼬리만 흔들며
그 매, 몸으로 다 받아냈습니다
한번은 장염에 걸려
누렇고 물큰한 똥을 지 몸만큼 쏟아냈지요
아버지는 약값과 고기 값을 한번에 벌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한성여고 수위를 하는 주인집 아저씨,
수육을 산처럼 쌓아놓고 금강야차처럼
우적우적 씹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씹을 듯했습니다

 

2.

누나는 복실이를 해피라고 불렀습니다
해피야, 너는 워리처럼 되지 마
세달만에 동생을 쥐약에 넘겨주었으니
우리 해피 두배로 행복해야 옳았지요
하지만 어느날
동네 아저씨들, 장작 몇 개 집어들고는
해피를 뒤산으로 데려갔습니다
왈왈 짖으며 용감한 우리 해피, 뒷산을 타넘어
내게로 도망왔지요
찾아온 아저씨들, 나일론 끈을 내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해피가 네 말을 잘 들으니
이 끈을 목에 걸어주지 않겠니?
착한 나, 내게 꼬리치는 착한 해피 목에
줄을 걸어줬지요
지금도 내손모가지는 팔뚝에 얌전히 붙어있습니다
내가 여덟살, 해피가 두살 때 얘기입니다

 

 

 

―시집 『마징가 계보학』 (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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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명

 

  김이듬

 

 

  당신이 부르시면

  사랑스런 당신의 음성이 내 귀에 들리면

  한숨을 쉬며 나는 달아납니다

 

  자꾸 말을 시켰죠

  내 혀는 말랐는데

 

  마당에서 키우던 개를 이웃집 개와 맞바꿉니다 그 개를 끌고 산으로 가 엄나무에 매달았어요 마당에는 커다란 솥이 준비 되었어요 버둥거리던 개가 도망칩니다

 

  이리 와 이리 와

  느릿한 톤 불확실한 리듬

 

  어딘가 숨었을 개가 주인을 향해 달려갑니다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을 향해 사랑이라 믿는 걸까요 날 이해하는 사람은 나를 묶어버립니다 호명의 피 냄새가 납니다

 

  개 주인은 그 개를 다시 흥분한 사람들에게 넘깁니다 이번엔 맞아죽을 때까지 지켜봅니다

 

  평상에서 서로 밀치고 당기는 사람들

  비어가는 접시와 술잔

  빈 개집 앞에 마른 밥 몇 숟가락

 

  아버지는 나를 부르고 나는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옥수수 밭 너머 신작로가 보입니다 흐르는 구름 너머 골짜기 개구리 소리밖에 없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동경하지 않아요

   

  당신이 부르시면

  날개 달린 당신이 부르셔도

 

 

 

계간애지(2014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