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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남유정 - 카톡 좋은 시 165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8. 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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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65

     어디로 갈까

    남유정

 
   바람이 오동나무를 흔들며 물었지요
   떨어진 나뭇잎이 대지에 입 맞추며 물었지요
   제 울음을 다 뽑아낸 매미가 툭! 떨어지며 물었지요
   흐르는 빗물이 나무 밑동을 붙들고 물었지요
   지는 꽃잎이 바람에 실려가며 물었지요
   목이 메인 사랑이 내게 물었지요
   내가 하얗게 무너지는 마음에게 물었지요

  

 

시집『기차는 빈 그네를 흔들고 간다』.문학의전당. 2007) 

 

 

 

어디로 갈까

 

남유정

 


바람이 오동나무를 흔들며 물었지요
떨어진 나뭇잎이 대지에 입 맞추며 물었지요
제 울음을 다 뽑아낸 매미가 툭! 떨어지며 물었지요
흐르는 빗물이 나무 밑동을 붙들고 물었지요
지는 꽃잎이 바람에 실려가며 물었지요
목이 메인 사랑이 내게 물었지요
내가 하얗게 무너지는 마음에게 물었지요

 

 

 

시집『기차는 빈 그네를 흔들고 간다』.문학의전당.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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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

 

천양희 

 

 

외나무다리를 건넜지요

자갈밭길을 지나갔지요

늙은 팽나무를 돌아갔지요

잡초 속 이정표를 스쳐갔지요

미나리꽝을 바라보며 갔지요

풍찻간 논둑길을 걸어갔지요

남새밭을 건너뛰었지요

물방앗간을 슬쩍 보며 갔지요

샛강 갈대밭을 빠져나갔지요

빈 들판을 질러갔지요

별을 보고 길을 묻기도 했지요

바람에게 옷을 말리기도 했지요

Donde Voy?

나는 어디로 갈까

Donde Voy?

 

 

 

시집마음의 수수밭(창비,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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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


정군칠

 

 

매미가 울었지요
여름 이미 지나고
겨울이 바로 턱 밑인데
매미가 울었지요
구실잣밤나무 등피에 붙은
매미 한 마리
탈피각으로 속을 다 비워내며
울었지요
기껏해야 그것,
내 몸의 저승으로나
울었지요

 

 


시집『물집』(애지,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