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좋은 시 165 어디로 갈까 남유정
ㅡ시집『기차는 빈 그네를 흔들고 간다』.문학의전당. 2007) |
어디로 갈까
남유정
바람이 오동나무를 흔들며 물었지요
떨어진 나뭇잎이 대지에 입 맞추며 물었지요
제 울음을 다 뽑아낸 매미가 툭! 떨어지며 물었지요
흐르는 빗물이 나무 밑동을 붙들고 물었지요
지는 꽃잎이 바람에 실려가며 물었지요
목이 메인 사랑이 내게 물었지요
내가 하얗게 무너지는 마음에게 물었지요
ㅡ시집『기차는 빈 그네를 흔들고 간다』.문학의전당.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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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
천양희
외나무다리를 건넜지요
자갈밭길을 지나갔지요
늙은 팽나무를 돌아갔지요
잡초 속 이정표를 스쳐갔지요
미나리꽝을 바라보며 갔지요
풍찻간 논둑길을 걸어갔지요
남새밭을 건너뛰었지요
물방앗간을 슬쩍 보며 갔지요
샛강 갈대밭을 빠져나갔지요
빈 들판을 질러갔지요
별을 보고 길을 묻기도 했지요
바람에게 옷을 말리기도 했지요
Donde Voy?
나는 어디로 갈까
Donde Voy?
ㅡ시집『마음의 수수밭』(창비,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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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
정군칠
매미가 울었지요
여름 이미 지나고
겨울이 바로 턱 밑인데
매미가 울었지요
구실잣밤나무 등피에 붙은
매미 한 마리
탈피각으로 속을 다 비워내며
울었지요
기껏해야 그것,
내 몸의 저승으로나
울었지요
ㅡ시집『물집』(애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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