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시 공부

이름을 지운다/허형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12. 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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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지운다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대로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별 하나가 별 하나를 업고
내 안의 계곡 물안개 속으로 스러져가는 저녁

 

 

 

-월간『현대시학』(2005,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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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지운다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 대로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뵈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시집『그늘』(시월, 2012)

  

 

 

시집을 내면서

2연 전체를 삭제했다.

 

'별 하나가 별 하나를 업고
내 안의 계곡 물안개 속으로 스러져가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