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시 공부

어머니/최문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3. 2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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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알고 있었니

어머니는 무릎에서 흘러내린 아이라는 거

내 불행한 페이지에 서서 죄 없이 벌벌 떠는 애인이라는 거

저만치 뒤 따라 오는 칭얼거리는 막내라는 거

앰블런스를 타고 나의 대륙을 떠나가던 탈옥수라는 거

 

내 몸 어디엔가 빈방에 밤새 서있는 여자

지익 성냥불을 일으켜 촛불을 켜주고 싶은 사람

 

누군가

내 몸 구석에 서서

내 마음 한권 꺼내 가만가만 읽는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가지고 있던 탯줄

그 타는 목마름으로 읽는다

 

읽을 수 없는 곳이 자꾸 생겨나자 몸 밖으로 나가는 어머니

알고 있었니

기도 하는 손을 가진 내 안의 양 한 마리

털이 굽슬굽슬한 양떼구름이 된 어머니

 

 


ㅡ계간『포엠포엠』(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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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최문자

 

알고 있었니

어머니는 무릎에서 흘러내린 아이라는 거

내 불행한 페이지에 서서 죄 없이 벌벌 떠는 애인이라는 거

저만치 뒤따라오는 칭얼거리는 막내라는 거

앰뷸런스를 타고 나의 대륙을 떠나가던 탈옥수라는 거

 

내 몸 어디엔가 빈방에 밤새 서 있는 여자

지익 성냥불을 일으켜 촛불을 켜주고 싶은 사람

 

어머니가 구석에 가만히 서서

나를 꺼내 읽는다

 

자주 마음이 바뀌는 낯선 부분

읽을 수 없는 곳이 자꾸 생겨나자 몸밖으로 나간 어머니

알고 있었니

기도하는 손을 가진 내 안의 양 한 마리

    


 

시집파의 목소리(문학동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