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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무렵/복효근 - 카톡 좋은 시 240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2. 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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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좋은 시 240  

입춘 무렵

 

복효근  

 

혼자 살다가, 버티다가

딸내미, 사위들 몰려와서

가재도구 차에 나누어 싣고

앞집 할머니 콜택시 불러 요양병원으로 떠난다

 

아프면 아프다 진작 말하지

요 모양 요 꼴 되어서

이웃에서 전화하게 만들었느냐고

노모를 타박하는 딸년도

눈시울 뭉개져 아무 말 없는 노인네도

무던하다 생이 그렇다

 

겨울 지나는 입춘 바람이 맵다

살던 집 둘러보는 노구의 구부러진 그림자를

휘청 담벼락이 받아준다

 

거기가 요양하는 곳이라면 얼마나 좋으랴만

당신도, 나도 우리도 다 안다

대합실 같은 곳, 대기소 같은 곳

그러나 다행이다

더 요양할 삶이 남아 있지 않다

 

아무튼 나는

손수 가꾸어 가지런히 다듬어서 주시는 부추와

생도라지와 달래나물을 다시는 못 얻어먹겠구나 싶어서

눈앞이 자꾸 흐려지기도 하였다

 

―『현대시(2015. 3)



입춘 무렵

 

복효근

 

 

혼자 살다가, 버티다가

딸내미, 사위들 몰려와서

가재도구 차에 나누어 싣고

앞집 할머니 콜택시 불러 요양병원으로 떠난다

 

아프면 아프다 진작 말하지

요 모양 요 꼴 되어서

이웃에서 전화하게 만들었느냐고

노모를 타박하는 딸년도

눈시울 뭉개져 아무 말 없는 노인네도

무던하다 생이 그렇다

 

겨울 지나는 입춘 바람이 맵다

살던 집 둘러보는 노구의 구부러진 그림자를

휘청 담벼락이 받아준다

 

거기가 요양하는 곳이라면 얼마나 좋으랴만

당신도, 나도 우리도 다 안다

대합실 같은 곳, 대기소 같은 곳

그러나 다행이다

더 요양할 삶이 남아 있지 않다

 

아무튼 나는

손수 가꾸어 가지런히 다듬어서 주시는 부추와

생도라지와 달래나물을 다시는 못 얻어먹겠구나 싶어서

눈앞이 자꾸 흐려지기도 하였다

 

 

 

현대시(201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