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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양명문 - 카톡 좋은 시 241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2. 1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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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좋은 시 241  

어머니

  

양명문

 


어머니,
마음 푸욱 놓으시고
어서 여기 앉아 계셔요.


봄이면 살구꽃 곱게 피고,
가을이면 대추 다닥다닥 열리는 집 들,
네모났던 섬돌이 귀가 갈리어
두루뭉실하게 된, 진짜
우리 집이올시다.


어머니,
아무런 일이 일어나도,
가령 땅 위에다
꿇는 피로 꽃무늬를 놓더라도,
여기를 떠나지 마시고
앉아 계셔요.


여기는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적부터,
돌도끼로 나무 찍던 그 옛날부터 살아 온,
하늘 맑고 물 맑은 동네.


여기는
아들의 아들 아들 아들,
아들의 아들 아들 아들,
또 그 아들의 아들 아들 아들들이
살아야 할, 잘 살아야 할, 진짜
아들의 땅이니까요.


어머니,
여기 앉으셔요.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




어머니

  

양명문

 


어머니,
마음 푸욱 놓으시고
어서 여기 앉아 계셔요.


봄이면 살구꽃 곱게 피고,
가을이면 대추 다닥다닥 열리는 집 들,
네모났던 섬돌이 귀가 갈리어
두루뭉실하게 된, 진짜
우리 집이올시다.


어머니,
아무런 일이 일어나도,
가령 땅 위에다
꿇는 피로 꽃무늬를 놓더라도,
여기를 떠나지 마시고
앉아 계셔요.


여기는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적부터,
돌도끼로 나무 찍던 그 옛날부터 살아 온,
하늘 맑고 물 맑은 동네.


여기는
아들의 아들 아들 아들,
아들의 아들 아들 아들,
또 그 아들의 아들 아들 아들들이
살아야 할, 잘 살아야 할, 진짜
아들의 땅이니까요.


어머니,
여기 앉으셔요.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