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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뻬바지 무늬
공광규
몸매를 잊은 지 오래인 어머니가
일바지를 입고 논두렁 밭두렁으로
일흔 해 넘게 돌아다니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벗어놓은 일바지에 꽃들이 와서
꽃무늬 물감을 들여주었습니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머니투데이, 2014년. 08월 01일)
생 자체가 고해라 해도 우리가 사는,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두 가지 때문이다. 첫 째는 희망이며 다음은 그리움이다. 하나는 개인을 강건하게 만드는 것이며 후자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대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니 그리움의 힘은 얼마나 센가. 그 그리움의 중심에 어머니가 있다. 이별을 했든 하지 않았든 어머니는 늘 그리운 대상이다. 꽃무늬만 보아도 왜바지라고 하는 어머니의 일 바지가 떠오르고 이어 아련해진다. 몸뻬라는 말조차 예쁜 건, 저 유치찬란한 꽃무리가 아름다운 건 순전히 어머니가 상기시켜 준 그리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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