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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김왕노
진정 사랑을 원하므로 아득히 깊은 지층 같은 세상에
수맥처럼 흐르는 네 사랑에게 나를 마중물로 내려 보내다오
네 사랑을 만나 끝없이 철 철 철 지상으로 길어 끌어올리게
네 사랑이 나를 넘쳐나 그 누군가를 흠뻑 적셔도 좋으니
팍팍한 세월이여, 나를 마중물로 아낌없이 내려다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4』(머니투데이, 2014년. 08월 11일)
마중 나가다’ ‘마중 나오다’ 그간 잊고 살았던 말이다. 늦은 밤 고샅까지 마중 나와 계시던 어머니, 시집간 언니를 맞으러 한 시간 거리의 차부까지 나갔던 마중, 마중이라는 말 속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그러므로 ‘마중’을 달리 말하면 ‘사랑’이다. 그것도 이별하는 사랑이 아니라 서로 헌신적이며 능동적인 만남의 사랑이다. 지금은 귀한 저 우물의 펌프도 ‘아득히 깊은 지층 같은 세상에’ 생명수라는 사랑을 뿜어내기 위해서는 마중물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비로소 나는 너를 만나 콸콸콸 사랑을 길어 올리고 너는 철철철 나를 넘쳐난다면 세상에 목마른 이는 없을 것이다. 마중물 한 바가지의 위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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