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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꽃잎들에게 바친
정우영
졌다, 지고 또 졌다.
너희를 죽인 건 나다.
짐승들에게 내다바친 못난 아빠여.
그러니 다시 태어나라.
아빠의 아빠로 새로이 오라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머니투데이, 2014년. 08월 08일)
인간을 긍휼히 여긴 신께서 아내를 잃은 남편은 ‘홀아비’라 이름 짓고 남편을 잃은 아내는 ‘과부’라 부르며 부모 여읜 자식은 ‘고아’라 불렀다고 하나, 자식을 잃은 부모의 이름은 지어 부르지 못했다고 한다. 아픔이 너무 커 마땅한 이름을 지어 부를 수 없었던 것이리라. 시인은 그 부모가 되어 세월호에 스러져간 자식들을 ‘꽃잎’이라 부른다. 죄인만 같은 아비는, 이름도 갖지 못한 아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간절한 축원뿐이다. 젖은 길 위의 꽃잎은 여전히 이쁘다 못해 아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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