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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넝쿨
최종천
담쟁이 넝쿨이 그린 담쟁이 넝쿨이다
넝쿨이 넝쿨을 그렸을 뿐인데
시멘트 벽에도 혈관이 흐른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머니투데이, 2014년. 08월 04일)
나는 너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내가 나여서 나인 것이 아니라 '너'라는 상대적 존재가 있기에 나를 나로 지칭하게 된다는 뜻이다. 우주 만물은 그렇게 존재한다는 이치를 잊고 살다 시인의 디카시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저 벽은 담쟁이가 아니었더라면 더 이상 생명을 지닌 벽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담쟁이 또한 벽이 아니었더라면 어떻게 혈관을 만들어 갔겠는가. 그러므로 담쟁이의 너는 벽이며 벽의 너는 담쟁이인 것이다. 하여, 오늘 나의 수많은 너를 찾아보는 일, 그것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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