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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8] 淸潭洞/이운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9. 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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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제 존재의 몫을 다하려면

<8> ‘淸潭洞, 이운진(1971년~ )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입력 : 2014.08.29 08:48

편집자주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제 존재의 몫을 다하려면
무엇이든 제 날 자리에서 나고 제 살아야 할 곳에서 살아야 그 존재의 몫을 다 할 수 있는 법이다. 해와 달은 동쪽에 떠서 서쪽으로 지고 바다는 모든 물줄기들이 흘러와 모이는 낮은 곳에서 형성된다. 또한 산은 지상의 구릉들을 모아올린 봉우리에 존재한다. 해와 달이 제 자리를 다투면 월식으로 세상이 어둡고 바다와 산이 다투면 쓰나미가 되어 모든 생명을 해친다. 본시 청담동은 맑은 못이 많은 곳이라 하여 유래한 지명이다. 단연 나무는 푸르고 땅은 비옥했으며 그 사이사이 자리한 사람살이 또한 풍졌으리라. 그러나 옛 물줄기를 막고 덮어버린 청담동엔 잎 푸른 나무들 자리에 콘크리트 빌딩이 자라나 저렇듯 삭막한 것이니, 잎을 키워 그늘을 드리워야 할 나무가 발가벗겨진 채 저렇듯 흉측한 것이니, 시인의 눈에 저 풍선들조차 나무의 눈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제 존재의 몫을 다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