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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潭洞
이운진
그림자를 비춰 볼 맑은 못은 사라지고
나무도 치욕을 알게 되는 곳
너도 커다란 눈물방울을 달았구나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8』(머니투데이, 2014년 08월 29일)
무엇이든 제 날 자리에서 나고 제 살아야 할 곳에서 살아야 그 존재의 몫을 다 할 수 있는 법이다. 해와 달은 동쪽에 떠서 서쪽으로 지고 바다는 모든 물줄기들이 흘러와 모이는 낮은 곳에서 형성된다. 또한 산은 지상의 구릉들을 모아올린 봉우리에 존재한다. 해와 달이 제 자리를 다투면 월식으로 세상이 어둡고 바다와 산이 다투면 쓰나미가 되어 모든 생명을 해친다. 본시 청담동은 맑은 못이 많은 곳이라 하여 유래한 지명이다. 단연 나무는 푸르고 땅은 비옥했으며 그 사이사이 자리한 사람살이 또한 풍졌으리라. 그러나 옛 물줄기를 막고 덮어버린 청담동엔 잎 푸른 나무들 자리에 콘크리트 빌딩이 자라나 저렇듯 삭막한 것이니, 잎을 키워 그늘을 드리워야 할 나무가 발가벗겨진 채 저렇듯 흉측한 것이니, 시인의 눈에 저 풍선들조차 나무의 눈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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