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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파Gompa
이재훈
몸짓에 표정이 있다.
어두운 실루엣에서조차 그 사람이 보인다.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지만.
저 하늘, 저 바람, 저 그림자.
그리고 저 오래된 사원은 기억하고 있겠지
어떤 눈동자를 하고 이 뜨거운 햇빛을 뚫고 왔는지를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0』(머니투데이, 2014년 09월 05일)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지만 사람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는 라다키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서양 문물을 멀리하고 전통적 삶의 방식과 강인하고 소박한 삶의 자세로 공동체를 일궈온 라다키들의 삶이 곧 종교인 이유에서다. 그들이 사는 라다크는 ‘고갯길의 땅’이란 뜻을 지닌 것처럼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가 8개월여나 지속되는 곳이지만 단 한번 6월에서 9월 사이 얼음길이 열린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고행하듯 척박한 라다크를 찾는다. 그들 오래된 삶의 방식에서 미래 우리의 삶을 보기 위해서이리라. 그러니 그곳의 어느 사원에 서기라도 한다면 안에 있는 사람의 줄무늬가 몸짓의 표정으로 읽히지 않을 도리 있겠는가. 하늘과 바람 햇빛 제 각기 드리운 그림자조차 수천 년을 기억하고 있는 곰파에 들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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