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주목나무
임동확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대로 선채 푸른
저, 완강하고 거룩한 비밀의 봉쇄선원.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3』(머니투데이, 2014년 09월 22일)
사랑은 변하지 않으나 사랑의 주체가 변하므로 우리는 사랑이 변하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렇다. 사랑은 끊임없이 변하며 변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온다 하고 오지 않으며 간다 하고 가지 않는다.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하는 순간 사랑은 이미 완성된 것인데, 그 생각에는 상상력이란 날개가 있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움직이게 된다. 사랑이 불안한 이유다.
사람의 가장 귀한 일이 그러할 진데, 저 주목나무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한결 같을 수 있는 것은 생각하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거나 분명 ‘완강하고 거룩한 비밀’로 봉쇄돼 있기 때문인 것. 그러므로 누군가를 사랑하거든 저 주목나무 ‘봉쇄서원’에 들어 비방을 익혀도 좋으리.
'디카시 ♠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독/조은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5) (0) | 2016.09.08 |
---|---|
이수정 낙화놀이/박서영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4) (0) | 2016.09.08 |
찬란한 오후/김상미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2) (0) | 2016.09.08 |
저 집/최광임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1) (0) | 2016.09.08 |
곰파Gompa/김재훈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0) (0) | 2016.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