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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낙화놀이/박서영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4)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9. 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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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낙화놀이

 

박서영

 

 

얼마나 오랜 시간 심장에 불을 붙였을까.

화르르 화르르 불꽃을 날려보내는 바람.

사랑이 잠시 농담처럼 왔다 가버린 이수정 연못의 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불씨의 낙화를 보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4(머니투데이, 20140926)


  ‘사랑이 잠시 농담처럼 왔다 가버리는’ 일만큼 비의적인 것이 또 있을까. 더욱이 ‘오랜 시간 심장에 불을 품’어 온 사랑임에랴. 함안의 먼 옛날로부터 전하는 아라가야의 사랑들은 일수정, 이수정, 삼수정을 거쳐 무진정에 이르렀을 것이나 다 사라지고 이수정의 낙화놀이 흔적과 무진정의 옛 아름드리 배롱나무들 뿐이다. 불꽃잎이 뚝뚝 떨어지던 그 옛날의 연못가에 앉아 그대들의 안녕을 기원하던 낙화놀이 유래를 더듬어 가보는 일은 또 하나의 아련함을 새기는 일이다. 유구한 세월에 비해 사랑은 원래 그렇게 농담 같은 것임을. 그렇기에 사랑이 아름다운 것임을.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농담처럼 왔다 가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