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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손종수
바지락 말라 부서질 눈물이에요
고백 따윈 오금도 펴지 못했죠
외면조차 놓지 못하는 미련 한 잎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6』(머니투데이, 2014년 10월 06일)
하늘의 문이 활짝 열린다는 10월, 지상의 모든 것이 저 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하는 가을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 아니라 높고 드넓은 천공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목도하는 계절이라 해야 옳을지 모르겠다. 사람의 살이 또한 우주의 이치 안에 있는 것이고 보면 떠날 때 만남을 예감하고 만나면서도 이별을 예감하는 속성에서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지상에 기거하는 동안 완전한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는가. 그렇기에 원래의 사랑이란 외사랑 일수도 있겠다. 시인이 이른 낙엽 한 잎을 보고 이별이 아닌 짝사랑을 떠올린 것은 아무래도 활짝 열린 하늘문 아래서, 온전히 이루지 못한 채 혼자서 돌아가는 것들을 일찍 보아버린 탓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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