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 모음

역린/최금진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8)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9. 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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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최금진

 

 

하늘의 턱 밑에 돋은 비늘이 있다

까불며 함부로 만지지 마라

죽는다, 천둥 치고 벼락 쳐서

하늘의 순리를 거스른 벌 받는다

민심은 천심, 비늘이 바짝 섰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8(머니투데이, 20141013)



  지구상의 인구 71억 명 중 단 한 명도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제각기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데 이 개개인에게는 먹고 자고 사랑하고자 하는 생물학적 욕구와 스스로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이성적 욕구가 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모든 사람에게 존중받고 싶어 하는 이 이성적 욕구가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유지 가능케 하는 요인인 것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사람은 사회적 제도나 일상의 윤리 안에서 그 순리를 따르는 것을 삶으로 친다. 절대자는 그러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고 믿었기에 천, 지 간에 미완의 사람을 끼워 넣은 것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 역할을 망각한 사람들이 난무할 때, 용의 비늘이 거꾸로 일어서고 천지간이 대노한다는 역린, 인간세상을 응징하듯 하늘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존재의 역할을 망각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