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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김정수
붉은 벽 타고 두 개의 탑 솟아오른다.
지상에 머물러야 할 온순한 욕망, 신의 문 치받는다.
무너지는 낮과 밤의 무게, 뿔뿔이 흩어지는
말, 언어들, 세상은 온통 하얀 혼돈이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9』(머니투데이, 2014년 10월 17일)
욕망하는 것들은 모두 위로 솟는 속성을 갖고 있나보다. 그 중, 일찍이 바벨탑을 쌓아올려 신의 턱밑까지 치받아 오르려했던 인간의 욕망을 으뜸으로 치겠으나 시인은 지금 위로 솟고자 하는, 또 다른 생명 가진 것들의 욕망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생각이 자라거나 몸체가 자라거나 자라는 것들 모두는 욕망하는 존재인 것이구나. 종내는 스러져 다시 밑도 끝도 없는 백색의 불안 속으로 빠져들고 말 일이라는 걸 애초에 모르기라도 하듯 저토록 높이, 높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저 푸르른 집념이 서글퍼지는 것은 지상의 모든 욕망하는 것들, 우수수 져가는 가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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