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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조은길
내 광활한 독거를
고립이니 고독이니
쉽게 단정하지 마라
이 땅에는 천만번을
만나도 만나지지 않는
이별이 있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5』(머니투데이, 2014년 09월 29일)
가을의 정체가 완연하다. 천지간에 황량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 말이다. 천지간 그 사이에 있는 우리가 다른 계절보다 가을에 더 외로워하는 것은 기온 차에 의한 땅과 하늘 사이의 거리감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라는데, 원래 인간의 모든 욕망과 결핍의식은 분리로부터 오는 것이고 보면 맞는 말이지 싶다.
그렇기에 지상의 모든 고독은 자생적이라 해도 되겠다. 만남은 있었다는듯하나 아직 이별을 만나지 못했다는 독거, 이렇듯 지독한 고독이 타의적이라면 저 광활한 결핍을 어찌 견디겠나. 하여, 좀 일찍 동안거를 준비해도 좋을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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