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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진명 - 카톡 좋은 시 318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9. 1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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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좋은 시 318 - 이진명/보름달





보름달
―전화

 

이진명

 

     
전화가 왔으면
전화가 왔으면
전화가 왔으면


명절인데 엄마는 전화도 못하나
거긴 전화도 없나
전화선 안 깔린 데가 요새 어디 있다고
무선전화 세상 된 지가 벌써 언젠데


유선이든 무선이든 전화 하나 성사 못 시키는
느려터진 보름달
둥글너부데데한 지지리 바보
얼굴 피부 하나만 허여멀건 반질해가지고
지 굴러가는 데 알기나 알까
잠실운동장의 몇백만 배 될 그런 운동장 암만 굴러도
아직 모르냐, 너, 거기 죽은 세상이란 걸


여기도 죽은 세상
거기도 죽은 세상
똑같이 죽은 세상
죽은 세상끼리 왜 통하지 않느냐


엄마는 그깟 전화 한번을 어떤 세월에 쓰려고 아끼나
할머니도 마찬가지
죽어 새 눈 떴는데
아직도 눈 어두워 숫자 버튼 하나 제대로 못 누르나


여기도 죽은 세상
거기도 죽은 세상
국번 없고 고유번호 없고
전화기 돌릴 손모가지가 없어
전화 못하긴 나도 마찬가지


오, 그렇지만 나는
빈다
빈다
빈다
아무 잘못 없는
바보 보름달에게 말도 안 되는 시비하며
죽어도 마음은 있어서 빈다


전화를
전화를
전화를

 

  

시집 (세워진 사람 (창비. 2008)



보름달
―전화

 

이진명

 

     
전화가 왔으면
전화가 왔으면
전화가 왔으면


명절인데 엄마는 전화도 못하나
거긴 전화도 없나
전화선 안 깔린 데가 요새 어디 있다고
무선전화 세상 된 지가 벌써 언젠데


유선이든 무선이든 전화 하나 성사 못 시키는
느려터진 보름달
둥글너부데데한 지지리 바보
얼굴 피부 하나만 허여멀건 반질해가지고
지 굴러가는 데 알기나 알까
잠실운동장의 몇백만 배 될 그런 운동장 암만 굴러도
아직 모르냐, 너, 거기 죽은 세상이란 걸


여기도 죽은 세상
거기도 죽은 세상
똑같이 죽은 세상
죽은 세상끼리 왜 통하지 않느냐


엄마는 그깟 전화 한번을 어떤 세월에 쓰려고 아끼나
할머니도 마찬가지
죽어 새 눈 떴는데
아직도 눈 어두워 숫자 버튼 하나 제대로 못 누르나


여기도 죽은 세상
거기도 죽은 세상
국번 없고 고유번호 없고
전화기 돌릴 손모가지가 없어
전화 못하긴 나도 마찬가지


오, 그렇지만 나는
빈다
빈다
빈다
아무 잘못 없는
바보 보름달에게 말도 안 되는 시비하며
죽어도 마음은 있어서 빈다


전화를
전화를
전화를

 

 

 

시집 (세워진 사람 (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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