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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를 기다리며
황상순
옥수수를 딸 때면 미안하다
잘 업고 기른 아이
포대기에서 훔쳐 빼내 오듯
조심스레 살며시 당겨도
삐이꺽 대문 여는 소리가 난다
옷을 벗길 때면 죄스럽다
겹겹이 싸맨 저고리를 열듯
얼얼 낯이 뜨거워진다
눈을 찌르는 하이얀 젖가슴에
콱, 막혀오는 숨
머릿속이 눈발 어지러운 벌판이 된다
나이 자신 옥수수
수염을 뜯을 때면 송구스럽다
곱게 기르고 잘 빗질한 수염
이 노옴! 어디다 손을
손길이 멈칫해 진다
고향집 대청마루에 앉아
솥에 든 옥수수를 기다리는 저녁
한참 꾸중을 든 아이처럼 잠이 쏟아진다
노오랗게 잘 익은 옥수수
꿈속에서도 배가 따뜻하여, 웃는다
―시집『농담』(한국문연. 2010)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 ~ 100 (목록과 시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4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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