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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면 되리라
박재삼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 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문에
마실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어라
ㅡ시집『아득하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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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에 오는 상봉의 길 개화처럼 열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 이별 말인가?
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
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는 않게
자주 서럽고 자주 기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이의 자랑스러운 변덕이라네
―시집『누군가 나를 위해 울고있다면』(화남출판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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