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7. 5. 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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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던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 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시집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문학사상, 2005)

 

   

 

  사람은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육친과 헤어짐을 아픔을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중 가장 뼈아픈 일은 자신을 낳아주신 어머니일 것입니다. 어떤 이는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와 사별할 수도 있겠고 이십 대, 사십 대에 또 어떤 사람은 육십, 칠십까지 같이 늙어가다 어머니와 사별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사별하는 시기가 달라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이 다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그 아픈 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20대 초반에 어머니와 헤어졌습니다만 가끔 내 나이 마흔이 넘어 어머니와 헤어졌다면 효도를 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효자는 타고난다는데 없는 효도가 나이든다고 생길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인생을 조금이라도 아는 나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달래보기도 합니다.

 

  인생을 모르는 나이라 육신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다는 변명보다 기본적인 효심이 없었던 탓이었습니다. 몇 십 년 전일이라 지금보다 의료기술이나 여건이 훨씬 못하기는 했어도 아픔을 덜어줄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살갑게 대해드리지도 못하고 말대꾸를 하며 퉁퉁거렸지만 어머니는 제 몸 아프신 것보다 아들 밥해주는 못하는 것을 더 미안해하셨습니다.

 

  당신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없습니다. 어머니가 위암 말기에 거동을 못하실 때도 손발 한번 씻겨드리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계시다면 손발을 씻겨드리고 시 속의 화자처럼 손발톱도 깎아드리면 어떨까요. 정말이지 저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살아만 계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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