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산꼭대기에 올라/김형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8. 2. 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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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에 올라


김형영

 

 

산꼭대기에 올라

소나무 밑에 누워 본다.

얽히고설킨 가지와

가지마다 푸른 솔잎 사이로

바람과 구름 따라

근심 걱정이 씻은 듯 사라진다.

 

하늘을 향해 몇백 년을 자란

늙은 소나무 밑에 누워 있으면

내가 가장 가벼워지는 시간,

어디든 춤추며 날아갈 것 같다.

 

좋은 날 좋은 시 택해서

막걸리 한두 말 퍼다

뿌리 깊이 부어드려야겠다.

 

 

 

시집땅을 여는 꽃들(문학과지성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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