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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송수권/박재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9. 3. 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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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송수권

 

 

저 산마을 산수유꽃도 지라고 해라

저 아래뜸 강마을 매화꽃도 지라고 해라

살구꽃도 복사꽃도 앵두꽃도 지라고 해라

하구 쪽 배밭의 배꽃들도 다 지라고 해라

강물 따라가다 이런 꽃들 만나기로서니

하나도 서러울 리 없는 봄날

정작 이 봄은 뺨 부비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때문

저 양지쪽 감나무밭 감잎 움에 햇살 들치는 것

이 봄에는 정작 믿는 것이 있기 때문

연초록 움들처럼 차 오르면서,

햇빛에도 부끄러우면서

지금 내 사랑도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크는 것 아니랴

감잎 움에 햇살 들치며 숨가쁘게 숨가쁘게

그와 같이 뺨 부비는 것, 소곤거리는 것,

내 사랑 저만큼의 기쁨은 되지 않으랴.

 

 

 

월간문학사상(2014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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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박재삼  
     
 
한빛 황토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 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 자는 조약돌을
날 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쳐 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ㅡ월간『유심』(2013년 8월호)
ㅡ시집『울음이 타는 가을강』(시인생각,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