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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송수권
저 산마을 산수유꽃도 지라고 해라
저 아래뜸 강마을 매화꽃도 지라고 해라
살구꽃도 복사꽃도 앵두꽃도 지라고 해라
하구 쪽 배밭의 배꽃들도 다 지라고 해라
강물 따라가다 이런 꽃들 만나기로서니
하나도 서러울 리 없는 봄날
정작 이 봄은 뺨 부비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때문
저 양지쪽 감나무밭 감잎 움에 햇살 들치는 것
이 봄에는 정작 믿는 것이 있기 때문
연초록 움들처럼 차 오르면서,
햇빛에도 부끄러우면서
지금 내 사랑도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크는 것 아니랴
감잎 움에 햇살 들치며 숨가쁘게 숨가쁘게
그와 같이 뺨 부비는 것, 소곤거리는 것,
내 사랑 저만큼의 기쁨은 되지 않으랴.
―월간『문학사상』(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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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박재삼
한빛 황토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 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 자는 조약돌을
날 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쳐 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ㅡ월간『유심』(2013년 8월호)
ㅡ시집『울음이 타는 가을강』(시인생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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