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카톡·밴드/인터넷 시 -나의 영상 시

가을 여자/정호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9. 9. 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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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자/정호순   

 

가을날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야금야금 시를 땅 속에 묻는 여자가 있었네

 

자신의 블로그 프로필에

"바람도 없이 떨어지는 꽃잎 같이 없어질 글을 쓰는 여자" 라고

자괴감이 우수에 젖어 늦은 장맛비 내리는데

병원에 입원한다는 짧은 쪽지 한 장 달랑 던지고

가을날 낙엽처럼 홀연히 사라진 여자

 

바람처럼 눈처럼 시라는 이름으로

몇 번의 쪽지를 주고받은

색깔도 음색도 모습도 알 수 없는 여자

 

그날 그 시간 그대로 멈춰져 있는

공간 속의 땅으로 스며든

빗물처럼 정지되어 있는 여자

 

몇 년이 흐르고 또 한 해가 지나가는 이 가을

문득 생각 나 탐문을 하기도 했었는데

지리산 어디쯤에서 요양 중이라 했는데

 

낯선 곳 먼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것처럼

아무 일 없었던 듯 제 자리로 돌아오면 좋겠네


지리산 계곡 흐르는 맑은물처럼

푸른 영혼으로 깨끗한 시를 쓰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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