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가을 여자/정호순
가을날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야금야금 시를 땅 속에 묻는 여자가 있었네
자신의 블로그 프로필에
"바람도 없이 떨어지는 꽃잎 같이 없어질 글을 쓰는 여자" 라고
자괴감이 우수에 젖어 늦은 장맛비 내리는데
병원에 입원한다는 짧은 쪽지 한 장 달랑 던지고
가을날 낙엽처럼 홀연히 사라진 여자
바람처럼 눈처럼 시라는 이름으로
몇 번의 쪽지를 주고받은
색깔도 음색도 모습도 알 수 없는 여자
그날 그 시간 그대로 멈춰져 있는
공간 속의 땅으로 스며든
빗물처럼 정지되어 있는 여자
몇 년이 흐르고 또 한 해가 지나가는 이 가을
문득 생각 나 탐문을 하기도 했었는데
지리산 어디쯤에서 요양 중이라 했는데
낯선 곳 먼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것처럼
아무 일 없었던 듯 제 자리로 돌아오면 좋겠네
지리산 계곡 흐르는 맑은물처럼
푸른 영혼으로 깨끗한 시를 쓰면 좋겠네
'시 편지·카톡·밴드 > 인터넷 시 -나의 영상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꽃2/정호순 (0) | 2019.09.19 |
---|---|
사랑은/정호순 (0) | 2019.09.18 |
작은 돌 /정호순 (0) | 2019.07.29 |
4월의 봄날 /정호순 (0) | 2019.04.13 |
노랑제비꽃/정호순 (0) | 2019.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