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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정호순>
이사
정호순
간밤에 누가 내 어깨를 밟고 지나갔나
어제 저녁까지 멀쩡한 어깨
자고 일어나니
오른쪽 날갯죽지 수상히 아프다
한때 날개를 갖고 싶은 적이 있었다
한창 날고 싶을 때는 날개가 생기면서 오는
성장통이라고 착각을 하기도 했었다
늘 어깨가 아프다는 아내 수술 후
그 말이 시도 때도 없이 잦아졌는데
잦아진 만큼 데면데면해져 가는데
지하셋방 벽지의 빗물이 얼룩지듯
연민의 찌꺼기 갈라진 벽 틈새로
진물처럼 침투를 하면
아내의 아픈 어깨가 내 어깨로
야반도주 하듯 예고도 없이 이사를 온다
통증과 원망 애옥살이 누옥의 살림을 몽땅 싣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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