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시집『남해 금산』. 문학과지성사. 1986)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일간『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00/3』(2008. 01. 03, 조선일보)
―시선집『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07』(국립공원,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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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새
장석남
노란 꽃 피어
산수유나무가 새가 되어 날아갔다
산수유나무 새가 되어 날아가도
남은 산수유나무만으로도 충분히
산수유나무
너는 가고
가고 나는 이것만으로도 너무 많은
너를
달리 무엇이라고 부르나
길 모퉁이에 박힌 돌에 앉아서
돌에 감도는
이 냉기마저도 어떻게 나누어 가져볼 궁리를 하는 것도
새롭게 새롭게 돋은 어떤 새살肉)인 모양인데
이 돌멩이 속에 목이 너처럼이나 긴
새가 한 마리 날아간다
날아가긴 해도 그 자리에서만 날아가고 있다
-시집『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창작과비평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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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된 새
정선희
거제 학동 몽돌밭에 가면
새들이 굴러다니지
바람이 불면 우루루루
물속으로 몰려가는 새들
새들은 서로 몸을 부딪치며 놀지
차르르 차르르 수다를 떨면서 놀지
물가에서 노느라
붉은 색이 쳐들어오는지도 모르는 새들
나는 것을 잊어버리고
오종종종 뛰어다니는 새들
바닷가에 가면
꼭 새를 날리는 사람들 있지
제 안에 있는 새를 날리고
돌멩이 하나 주워오는 사람들 있어
내 호주머니에도 살고 있는
새 한 마리
언젠가는 풀어줘야 할
새 한 마리
비가 올 때
바다가 시끄러운 건
내가 감춘 그 새 때문이지
―시집『푸른 빛이 걸어왔다』(시와표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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