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첫사랑 /최미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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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최미영

 

 

이슬이 데려온 아침이 느리게 안개를 먹는다

밤새 졸참나무는 치장을 더 화려하게 하고

밑둥에 쏟아낸 도토리에 횡재한 다람쥐

 

두근두근 내 심장은 노란 국화꽃이다

내일 또 쏟아져 내릴 빛이건만 오늘은 폭설이다

그 옛날 함께 있어도 더 함께 있고 싶던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파란 물감을 풀은 호수다

 

작년까지의 눈가 잔주름은

눈치 없이 양반다리를 틀고 앉았고

오늘따라 근엄하게 폼 잡은 팔자주름이 밉상이다

반 백년을 담은 얼굴,

분으로 주름을 덮지 못해도

손만 잡고 보냈던 그 날밤 추억으로

양 볼이 자줏빛 국화꽃이다

 

저만치 그가 온다

볼 빨간 낙엽을 들고......

 

 

<27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20211181655분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