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거리--혜원마다
지리산에 누운 어머니 구월산에 잠든 어머니
1. 옷고름 휘날리며 치맛자락 펄럭이며
들어오신다 들어오신다
어머니 강물 들어오신다
옷고름 휘날리며 치맛자락 펄럭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머니강물 들어오신다
살아생전 못 다 푼 원
저승엔들 잊었으리
오매불망 고향산천
구천엔들 잊을손가
그리운 얼굴 찾아 어머니강물 들어오신다
큰어머니 뒤에 작은어머니
작은어머니 뒤에 젊은 어머니
젊은 어머니 뒤에 종살이 어머니
종살이 어머니 뒤에 씨받이 어머니
조모 앞에 고모 이모 앞에 숙모
침모 앞에 당모 계모 앞에 유모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머니강물 들어오신다
매맞아 죽은 어머니 들어오시고
칼맞아 죽은 어머니 들어오시고
총맞아 죽은 어머니 들어오시고
원통해 죽은 어머니 들어오시고
시국 난리에 죽은 어머니 들어오시고
칠년 대한 왕가문에 죽은 어머니 들어오시고
구년 치수 물난리에 죽은 어머니 들어오시고
약 한 첩 못 쓰고 죽은 어머니 들어오신다
반가워서 들어오고 못 잊어서 들어오고
목메어서 들어오고 삼삼해서 들어오고
궁금해서 들어오고 사무쳐서 들어오고
살아생전 백팔번뇌 즈려밟고 들어오신다
구름 타고 바람 타고
구만리길 들어오신다
2.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신고 하니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신고 하니
이역 만리 공출당한 고려 어머니 아니신가
청천강 푸른 물에 피눈물 쏟아붓고
두 손에 결박이요 말 잔등에 매달린 채
산 설고 물 설은 몽고땅으로 끌려가던 우리 어머니
원나라
수나라
오나라로 공출당한 우리 어머니 아니신가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신고 하니
약지 짤라 혈서 쓰던 독립군 어머니 아니신가
젖가슴 폭탄 품고 밤길 가던 우리 어머니
반지 뽑아 국채 보상
조선독립 여자독립
아들 남편 비보 받고 통곡하던 우리 어머니
옥고 객사 당하시고
억새풀로 나부끼던 우리 어머니 아니신가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신고 하니
일제치하 정신대 우리 어머니 아니신가
어메 어메 우리 어메 어찌하여 딸을 났소
낯짝 들고 조국강산 다시 밟지 못하리
혀 깨물고 죽은 우리 어머니
쪽발이군대 과리 되어 죽은 어머니 아니신가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시고 하니
욕이오 난리통에
부역나가 처형당한 우리 어머니 아니신가
반동으로 총살당한 우리 어머니
빨갱이 누명쓰고 죽은 우리 어머니
일사후퇴 때 죽은 어머니
이 강산을 피로 적신 우리 어머니 아니신가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신고 하니
자유당 부정에 죽은 우리 어머니
미주당 부패에 죽은 우리 어머니
삼일오 약탈선거 때 죽은 우리 어머니
사일구혁명 때 죽은 우리 우리 어머니
오일륙 쿠데타 때 죽은 우리 어머니
한일협정 반대 데모 때 죽은 어머니
부마사태 때 죽은 우리 어머니
옥바라지 홧병에 죽은 우리 어머니 아니신가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신고 하니
광주민중항쟁 때 죽은 우리 어머니 아니신가
애기낳다 칼맞은 우리 어머니
피 뽑다가 총맞은 우리 어머니
숨겨주다 곤봉맞은 우리 어머니
밥 나르다 불퇴맞은 우리 어머니
아들 시체 묻어주다 몰매맞은 우리 어머니
말리다가 따발총에 쓰러지신 우리 어머니
저놈들이 짐승이지 인간말종 내 못 본다
쇠스랑 들고 달려가던 우리 어머니
조선낫 들고 달려가던 우리 어머니
오월 재앙 들여마신 우리 어머니 아니신가
백두산 연봉에 굽이치는 어머니
한라산 백록담에 내려앉은 어머니
금강산 일만이천봉에 숨쉬는 어머니
지리산 능선에 흐르는 어머니
구월산 골짜기에 누워 계신 어머니
묘향산 응달에 서성이는 어머니
태백산맥에서 발원한 어머니
소백산맥에서 손잡은 어머니
노령산맥에서 우뚝 솟은 어머니
백악산맥에서 구르는 어머니
북안산맥에서 바람 부는 어머니 아니신가
3. 감기잖는 눈을 감고 세상을 하직할 제
어머니여,
멀다 마소 멀다 마소
북망산천 멀다 마소
앞동산이 북망이고
걷는 길이 황천이라
이화춘풍 지나가면
백날 기쁨이 허사로다
삼천갑자 동방삭이도
한번 죽음 못 면하구
꾀 많은 조선상도
한번 죽음 못 면하구
역발산 초패왕도
기운 없어 죽었으fi
초로 같은 우리 인생
한번 오면 다시 가니
부유 같은 우리 목숨
가는세월 어찌하랴
가련하다 망제님 불쌍하다 망제님
억울한 생이별로 감기잖은 두 눈 감고
한 많고 설움 많은 이 세상 하직할 제
호방산 댓돌 위에 둥그렇게 올려놓고
명견 사서 공포 등을 놓이 달아 앞세우고
이 대문 저 골목 정든 산천 이별이라
휘장이 칼춤사위 누구 아니 슬플손가
소색으로 절관하구 내색으로 자출헐까
구천 나루 향하여 황황히 떠나시니
만반 진수 차려놓고 호천망극 어르면서
제주 헌주 봉양한들 흠향이 없으시니
어찌 아니 불쌍하리 원통하고 절통하다
꽃도 졌다 다시 피고
잎도 졌다 다시 피건마는
우리 망제씨 돌아가면 어느 때에 다시 볼까
도라지라 싹이 나며 더덕이라 움이 날까
움도 싹도 없었으니
원통하고 절통한 말은 오늘 다 불배하옵소사
여기 모인 여손들로
위안삼고 벗을 삼아
쌓인 한 맺힌 설음 소소히 풀으소사
혜원축사 받으시고 해방세계로 가옵소사
4. 남녀 해방세계 수지건곤으로 편안히 가옵소사
구월에 갔던 제비 삼월에 다시 나와
예 보던 처마 밑에 새 집을 짓는디
우리 망제님 이제 가면 다시는 못 오는구나
산은 첩첩 산이요 물은 쟁쟁 흐르는디
미련없고 주저없고 망설임없는 우리 망제님
해방세계 평등세계 자유세계 입문하야
요지일월세계 수지건곤으로 편안히 가옵소사
원통히 생각 설리 생각 말을시고
해원 받고 예렴 받고 인정 받고 노자 받아
되 재미 말 재미 섬 재미 받다 갖고
민주세계 수지건곤 편안히 가옵소사
걸리 고 맺힌 고도 풀으시고
부정 고 부패 고도 풀으시고
억압살 착취살도 털으시고
감옥살 재앙살도 털으시고
권력부정 차별부정도 막으시고
남자 빗장 여자 빗장 설설이 벗기사
평등세계 평화세계 해방세계 요지일월세계
수지건곤으로 편안히 가옵소사
슬프다 생각 원통히 생각 말으시고
아무쪼록 받들구 안뜰구 치뜰어서
근심 걱정 우환 지체 없이
흉허물없이 시름없이
시왕길을 가옵소사
역낙지 하지허구 불우지 편만없이 하옵소사
출생남녀 해방신 인생남녀 자유신
여생남녀 평등신 자생남녀 정의신
환생남녀 사랑신 공생남녀 평화신
대동남녀 공의신 신생남녀 해원신
동방여왕 해원시 남방여왕 해원신
서방여왕 해원신 중앙여왕 해원신
갑자 을측 병인 정묘 무진 기사생들 중생들을 살피시고
경오 신미 임신 계유 갑을 을해생들 중생들을 살피시고
병자 정출 무인 기묘 경신 신사생들 중생들을 살피시고
임오 계미 갑진 을유 병유 정해생들 중생들을 살피시고
갑오 을미 병신 정유 무술 기해생들 중생들을 살피시고
무자 기축 갑인 을묘 병진 정사생들 중생들을 살피시고
경자 신축 임인 계묘 갑진 을사생들 중생들을 살피시고
병오 정미 무술 기유 경술 시해생들 중생들을 살피시고
좋은 곳으로 인도하시라는 황천해원
공경 받구 예렴 받구 노자 받다
남녀 해방세계 수지건곤 편안히 가옵소사
08.12.29/오전 11시 10분
삼천갑자 - 중국 동방의 삭을 18 만살이나 살았다 하여 부르는 이름. 장수자의 대이름씨로 쓰인다/(삼천갑자 동방삭이도 저 죽을 날 몰랐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운명이 어디서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는 뜻
대이름씨- 대명사- 사물의 이름 대신에 직접 가르키는 말 나, 너 그, 이것, 저것, 무엇 따위
망제 - 망자의 무당말
망자 망인 - 장사를 지내는 동안에 '죽은 사람'을 일컫는 말
설리 - 서러이 - 서럽게 - 원통하고 슬프다
시왕 - 저승에 있다는 열 명의 대왕./ 곧 진광대왕 염라대왕 등...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열 명의 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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