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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오늘
국수 빈 사발에
막걸리로 채워진 뱃속
농자천하지대본
농기를 세워놓고
면장을 앞장 세워
이장집 사랑 마당을 돈다
나라 은혜는 뼈에 스며
징소리 꽹과리소리
면장은 곱사춤을 추고
지도원은 벅구를 치고
양곡증산 13.4프로에
칠십리 밖엔 고속도로
누더기를 걸친 동네 애들은
오징어를 훔치다가
술동이를 엎다
용바위집 영감의 죽음 따위야
스피커에서 나오는
방송국만도 못한 일
아낙네들은 취해
안마당에서 노랫가락을 뽑고
처녀들은 뒤울안에서
새 유행가를 익히느라
목이 쉬어
펄럭이는 농기 아래
온 마을이 취해 돌아가는
아아 오늘은 무슨 날인가
무슨 날인가
벅구 - 북 전남
08.12.28/밤 11시 47분
14
갈 길
녹슨 삽과 괭이를 들고 모였다
달빛이 환한 가마니 창고 뒷수풀
뉘우치고 그리고 다시 맹세하다가
어깨를 끼어보고 비로소 갈 길을 안다
녹슨 삽과 괭이도 버렸다
읍내로 가는 자갈 깔린 샛길
빈주먹과 뜨거운 숨결만 가지고 모였다
아우성과 노랫소리만 가지고 모였다
08.12.28/밤 11시 49분
15
전야前夜
그들의 함성을 듣는다
울부짖음을 듣는다
피맺힌 손톱으로
벽을 긁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가난하고
억울한 자의 편인가
그것을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달려가는 그
발자국소리를 듣는다
쓰러지고 엎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그 죽음을 덮는
무력한 사내들의 한숨
그 위에 쏟아지는성난
채찍소리를 듣는다
노랫소리를 듣는다
07.12.29/밤 1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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