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필사 시

고정희 시집...여섯째거리--대동마다/1.2.3.4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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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노적타령

에헤야 노적이야
어기영차 노적이야
경상도 이노적 이 집으로 들어오소
전라도 싸노적 이 집으로 들어오소
이 논 저 밭 솟은 노적 이 집으로 들여오소
담울담울 쌓인 노적
우뚝우뚝 치뜬 노적
에헤루 노적이야
어기영차 노적이야

위에 노은 마른갈이
밑에 논은 물갈이
한번 갈아 두번 갈아 삼세번 갈아엎어
삼사월에 씨뿌리고 오뉴월에 모를 심어
먼데 사람 듣기 좋게 옆에 사람 보기 좋게
김매고 잡초 뽑아 그 나락이 자라날 제
밑으로는 숙인 가지 위로 뻗은 가지
칠팔월에 새를 쫓아 구시월에 추수 타작
이고지고 날라다가 베눌 삼천 눌렀네
에레루 노적이야
어기영자 노적이야
초간청춘 사춘 베눌 *
이팔청춘 쳐녀 베눌
구십당년 노이니 베눌
오복소복 접시 베눌
높이 솟아 용수 베눌
올망졸망 양산 베눌
에헤루 노적이야 이 집으로 들여오소
울쿨불쿵 청배콩도 이 집으로 들여오소
울긋불긋 적두팥도 이 집으로 들여오소
참깨 들깨 드들깨도 이 집으로 들여오소
고추 당근 김장배추 이 집으로 들여오소
에헤루 노적이야 어기영자 노적이야
왼갖 노적 불렀으니
업 아니 들손가

08.01.03/아침 8시 38분


6. 어기영차 업이로다

업이야 업이로다
이 집으로 들어오소
금계 금산 수풀 속에 쟁기 업도 들어오소
아냥강수 깊은 물에 금장이 업도 들어오소
한강수 깊은 물에 잉어 업도 들어오소
뒷동장 황장목에 부엉이 업도 들어오소
만경배 구름 속에 백로 업 들어오소
저지저기 저 달 속에 계수 업 들어오소
당산재 고갯마루 도깨비 업 들어오소
에헤루 업이야
어기영자 업이로다
에헤루 업이야
어기영자 업이로다
왼갖 노적 들여오고
뭇업도 사들였으니
자유민주 집치레 누가 봐도 번듯하다
이 집에서 사람이 태어날 제
여자가 태어나면
황하의 물굽이 다스리는 여자요
남자가 태어나면
천지신명 숨결 같은 인생배필 남자요
소가 나도 암소가 나고
말이 나도 천리마 용마가 나고
개가 나도 청삽사리 흑삽사리
닭이 나도 붕구닭
물이 나도 오방수 여장군수가 나고
나무가 나도 상장목이 날 터이라
터는 해방터요
집은 민주터라
앞에 안산 바라보니 여자군 춤추는 듯
뒤에 주산 바라보니 남장군 거니는 듯
사문 오방 수려하고
좌청룡 우백호 엄연하다
추녀끝에 인경소리 살랑살랑
앞마당에 백일홍 울긋불긋
뒷마당에 산당화 후르르르
천지간 산천경개 가인이 충천이라
이 좋은 사람집에
천지기운 안 들어올소냐

08.0104/ 밤 0시 58분


7. 해방터 민주집에 열두 기운 들어온다

들어온다 들어온다
열 두 기운 들어온다
정월에는 정월데기 송구영신 들어오고
이월에는 영등데기 칠전팔기 들어오고
삼월에는 삼짇데기 삼권분립 들어오고
사월에는 파일데기 사월혁명 들어오고
오월에는 단오데기 오월항쟁 들어오고
유월에는 유월데기 유월행진 들어오고
칠월에는 칠석데기 민주승리 들어오고
팔월에는 가위데기 민족해방 들어오고
구월에는 귀일데기 남북통일 들어오고
시월에는 상달데기 인류평화 들어오고
동짓달은 팥죽데기 비리척결 들어오고
섣달에는 떡국데기 망국청산 들어오고

아하 사람아
해방의 집이 있어 해방과 함께 사니
천지간 조화가 다 사람의 기운이요
삼라만상 우거짐이 다 사람의 길이라
원 풀고 길 닦아서
민주집 번듯하니
석달 열흘 동네잔치 누군들 마다할소냐
이와같이 좋은 날에 아니 놀고 무엇하리
왼갖 시름 벗어놓고
나라잔치 벌여보세
(어. 쳐라 어머니강물 나가신다)

08.01.04/ 밤 01시 04분



정월에는 정월데기 송구영신 들어오고
이월에는 영등데기 칠전팔기 들어오고
삼월에는 삼짇데기 삼권분립 들어오고
사월에는 파일데기 사월혁명 들어오고
오월에는 단오데기 오월항쟁 들어오고
유월에는 유월데기 유월행진 들어오고
칠월에는 칠석데기 민주승리 들어오고
팔월에는 가위데기 민족해방 들어오고
구월에는 귀일데기 남북통일 들어오고
시월에는 상달데기 인류평화 들어오고
동짓달은 팥죽데기 비리척결 들어오고
섣달에는 떡국데기 망국청산 들어오고



'데기' 라는 말은 이름씨 뒤에 붙어서, 그 이름씨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그 성질을 가진 '여자' 를 홀하게 일컫는 뜻을 가졌다고
하는데 부억데기, 새침데기, 소박데기...등 이 있지요.

'홀하다' 는 신중하지 않고 가볍다와 대수롭지 않다 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데

팥죽데기, 떡국데기 이런 말은 사전에 없는 단어들이라
작가가 만든 말이지요.

고정희 시인이 48년 해남 출신이던데 살아 있어도 60살
참 아까운 나이에 죽었지요.

과학보다 시를 더 좋아해서 그런가
유명한 과학자가 죽었다는 뉴스보다 유명한 시인이
죽었다는 뉴스가 나오면 더 안타깝게
느껴지더군요.
그것도 고정희처럼 젊은 나이에...

소월도 그렇고 기형도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