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필사 시

사십대 /고정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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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고시집 :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앞날개에 실린 사진>





사십대 / 고정희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08.01.22/ 오후 3시 38분 *보속補贖 죄의 값을 보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