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문경새재 /심강우(제1회 문경새재문학상 우수상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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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문경새재

 

심강우

 

 

문경에서 나는 박달나무는 홍두깨가 되었지요

주흘산 조령산을 넘어온 구름이 보자기란들

사시장철 굽이길 다듬잇돌을 시늉하던 걸음

성황당 고개에서 비손을 하던 여인,

자드락자드락 해동갑으로 잇대던 구김살

어이 다 싸맬 수 있을까요

 

때까치 울고 오목눈이 직박구리 추임새에

저 멀리 조령관 넘어 수안보 지나 한강으로

신수 환한 도포자락을 언제 또 보려는지,

옷고름에 젖은 사연 낙동강 굽이마다

세제리 세제, 눈 밝은 새들의 기별도

마애비로 남아 하인의 옹심도 선비의 큰 마음도

가루를 자청한 기와 조각이 되었지요

 

새재에 불던 바람은 길이 되었지요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 한 줄로 꿴

오르막 내리막 패랭이 쓴 장꾼이 걷던 길

넘으면 시름이요 앉으면 푸념이라던

질경이 바랭이 억세게 핀 황톳길

가도 가도 첩첩산중 애옥살이 닮은 길

어이 다 지울 수 있을까요

 

새재를 넘어도 새재

새지를 못 미쳐도 새재

사람살이 천길만길 다함없는 발짝으로

문경에 가면 우리 한세상 닮은 새재가 있지요

경사를 들을 날 있다고 문경聞慶

계절이 빗장을 걸고 새들이 문지기를 서는,

새재가 있어 문경이 완성된 그런 곳이 있지요

 

 

<1회 문경새재문학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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