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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문경새재
최재영
억새풀 우거진 고갯길에 달빛이 휘황하다
조령과 주홀을 곁에 둘러앉히고
굽이굽이 넘어 온 길을 둘러보는데,
달빛을 가득 품고서야
비로소 환해지는 옛길이다
새들은 벌써 다 건너갔을까
오래된 그리움들이 폭설처럼 쏟아지고
막사발은 천년의 비경을 품고 고요하다
수백리 물길을 여는 초점(草岾)*에 이르러
새재를 넘던 옛사람을 생각한다
물굽이 시퍼렇게 일으켜 세워도
못다 이룬 꿈이었을까
아슬아슬 벼랑길 비켜가는 바람은
계곡마다 눈물꽃을 피워내느라
허기진 산기슭 한 사발은 들이켰으리
먼 후일 가슴 뜨거워진 내가 찾아와
다시 맨발로 천년을 거슬러 오르리니,
달빛이 슬어놓은 푸른 전설이
아직도 구슬픈 아리랑곡조로 흘러가는
아, 문경새재
*초점(草岾)*: 낙동강 발원지 중 하나(태백 황지, 영주 순흥, 문경 초점)
<제1회 문경새재문학상 당선작>
2021년 1월 27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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