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탐매(探梅) / 임미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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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매(探梅)

 

   임미리

 

 

   계단을 오르니 운선암 뒤편 각시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상, 가슴이 잘린 곳을 왼손으로 감싸고 있는 비운의 여인상, 깊이 물든 사연 바위에 깊이 새겨둔 채, 지금 어디쯤에서 붉은 꽃 피워내고 있는지 궁금해지네.

 

   암자 모퉁이 보일 듯 말 듯 한 곳에 숨어있는 해우소에 쪼그리고 앉아 마애여래상의 사연 한 자락 모르는 척 버리려 하는데,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향기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네. 저 멀리서 홍매화 막 피어나네.

 

   굳이 탐매에 나서지 않아도 되겠다는 설레는 마음을 숨기는 곳이 하필 해우소라 혼자 붉어진 내 마음을 알았을까. 홍매화도 덩달아 붉어지는 이 봄, 명지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의 향기도 황송한데 매화는 저만 모르는지 자꾸만 붉은 미소 터뜨리네.

 

   나는 후다닥 각시바위에 오르네. 살며시 조금씩 피어나는 홍매를 보네. 바람은 등 뒤에서 불어 비운의 사연 한 자락 지워지지 않게 바위에 새기네. 곷잎들이 휘날리네. 나는 용기를 내어 여인의 가슴에 얹힌 왼손을 가만히 내려주네.

 

 

 

ㅡ월간『우리시』(2020년 4월호)

ㅡ열린시학 동인지『빛, 그 너머』(고요아침, 2020) 2020년 제7회 계간지 우수작품상

 

2021년 1월 28일 19시 3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