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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서숙희
빈, 하고 네 이름을 부르는 저녁이면
하루는 무인도처럼 고요히 저물고
내 입에 셀로판지 같은
적막이 몰리지
어느 날은 처마 아래 묻어둔 밤의 울음
그 울음 푸른 잎을 내미는 아침이면
빈, 너는 갓 씻을 햇살로
반듯하게 내게 오지
심심한 창은 종일 구름을 당겼다 밀고
더 심심한 나는 구름의 뿔을 잡았다 놓고
비워둔 내 시의 행간에
번지듯 빈, 너는 오지
<제39회 중앙시조대상>
2021년 1월 29일 오전 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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