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오승철 -오름의 내력 /고추잠자리 19(제13회 한국예술상 수상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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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의 내력

 

오승철

 

 

얼마나 외로웠으면 창파에 섬이 되랴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 섬의 오름이 되랴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 오름 봉분이 되랴

 

하늘에는 별자리 땅에는 오름자리

오름 중에 북극성 같은 높은오름올라서면

나 또한 그대에 홀려 떠도는 오름이랴

 

일출봉과 산매봉 그 건너에 송악산

성산포와 서귀포 그 건너에 모슬포

올레길 따라온 삼포(三浦)

남극성이 끌고 간다

 

한라산 남녘자락 걸쭉한 입담 같은

도끼다

하기도 전에 쫙 벌어진 산벌른내

가다가 떠오른 오름

섶섬 문섬 새섬 범섬

 

 

<13회 한국예술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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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잠자리 19

 

오승철

 

 

그냥 한번 부서지고 돌아서는 파도처럼

추석날 몰래 왔다 돌아서는 파도처럼

어머니 숨비소리에 돌아서는 파도처럼

 

그래도 서너마리

하늘 하늘 남아서

섬 한 번 오름 한 번 리사무소 지붕도 한 번

종지윳 허공에 뜨듯

엎억뒈싹* 하는 판

 

실로 눈부신 건 세상에 살아있는 일

이 집 저 집 다독다독

봉분들도 다독다독

날개 끝 실린 내 고향 금빛으로 사무친다

 

 

*제주에서 윷놀이 할 때 윷가락이 엎어지고 뒤집어지는 모습을 이르는 말.

 

 

<13회 한국예술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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