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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의 내력
오승철
얼마나 외로웠으면 창파에 섬이 되랴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 섬의 오름이 되랴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 오름 봉분이 되랴
하늘에는 별자리 땅에는 오름자리
오름 중에 북극성 같은 ‘높은오름’ 올라서면
나 또한 그대에 홀려 떠도는 오름이랴
일출봉과 산매봉 그 건너에 송악산
성산포와 서귀포 그 건너에 모슬포
올레길 따라온 삼포(三浦)
남극성이 끌고 간다
한라산 남녘자락 걸쭉한 입담 같은
“도끼다”
하기도 전에 쫙 벌어진 ‘산벌른내’
가다가 떠오른 오름
섶섬 문섬 새섬 범섬
<제13회 한국예술상 수상작>
2021년 1월 30일 13시 54분
고추잠자리 19
오승철
그냥 한번 부서지고 돌아서는 파도처럼
추석날 몰래 왔다 돌아서는 파도처럼
어머니 숨비소리에 돌아서는 파도처럼
그래도 서너마리
하늘 하늘 남아서
섬 한 번 오름 한 번 리사무소 지붕도 한 번
종지윳 허공에 뜨듯
엎억뒈싹* 하는 판
실로 눈부신 건 세상에 살아있는 일
이 집 저 집 다독다독
봉분들도 다독다독
날개 끝 실린 내 고향 금빛으로 사무친다
*제주에서 윷놀이 할 때 윷가락이 엎어지고 뒤집어지는 모습을 이르는 말.
<제13회 한국예술상 수상작>
2021년 1월 30일 1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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