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말들의 사막 /이윤훈 (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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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의 사막

 

이윤훈

 

 

눈물이 사라진 곳 사막이 자라난다

풍화된 말에 덮혀 잠귀 어두운 길

눈을 뜬 붉은 점자들 혓바닥에 돋는다

 

금모래빛 말들이 줄을 이뤄 쌓인 언덕

전갈이 잠행하는 미끄러운 행간 속에

슬며시 꿈틀거리며 입을 벌린 구렁들

 

눈물샘 깊은 데서 오래 맑힌 말들

발걸음 자국마다 한 그루씩 심어놓아

파릇한 수직의 빛들 방사림을 이루고

 

신열 오른 말들이 아른대는 신기루 속

물 냄새 맡은 낮달 사막을 건너 간다

어디서 선인장 피나 마른 입 속 뜨겁다

 

 

<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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