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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화해
서일옥
보도블럭 한켠에 수선 집을 차린 사내
조금씩 상처 입은 신발들을 보살피는 곳
반 평도 되지 않는 공간
연중무휴 성업중이다
실밥이 터진 자리 밑창이 닳은 자리
남루를 잘라내고 희망에 살을 붙이면
그 작은 경영 속에도 한 뼘만큼의 꿈이 큰다.
곁방 살러 들어온 민들레꽃이 피고
한쪽 다리 절룩이는 고양이도 쉬다 가는
고객이 온돌이라는
문패 또한 정겹다.
ㅡ시조집『병산 우체국』(도서출판 고요아침, 2016)
2021년 2월 3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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