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숨을 곳이 많은 골목길 /이준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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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곳이 많은 골목길

 

이준관

 

 

골목길은 숨을 곳이

참 많지

 

우체통 뒤에 숨지

우표딱지처럼 딱 붙어

 

코스모스 꽃밭에 숨지

꿀을 빠는 꿀벌처럼

 

쥐똥나무 울타리에 숨지

생쥐처럼 꼬옹꽁

 

전봇대 뒤에 숨지

하이얀 낮달처럼

 

시장 가는 엄마 뒤에 숨지

장바구니처럼 딸랑딸랑

 

숨을 곳이 많아서

해도 우릴 못 찾지

 

못 찾겠다, 꾀꼴

나오너라 꾀꼴, 하며

해도 꼴깍 넘어가지.

 

 

 

―동시집 『웃는 입이 예쁜 골목길 아이들』 (고래책방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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