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그리운 상어 /이은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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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상어

 

이은원

 

 

어떤 소리는 먼 데서 굴러온다

멀리서 오는 것들은 쉬 눈에 띄지 않는다

소리의 바퀴는 날카롭고 건강한 이빨을 가졌지만

함부로 물지 않는다

 

희부연한 동체가 물끄러미 미끄러져가는

먼 훗날 바닷속 이야기

그것은 간격과 반격에 대한 사유

간격은 빛과 어둠을 만들고

너와 나를 만들고

깊은 물살을 만든다

 

꼬리를 만들고

지르러미를 만들고

차르르 차르르 데본기의 바다를 유영한다

우리는 붙잡히기 위해 달아나고

사라지기 위해 나타난다

 

부레가 없어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하는

운명의 바퀴살은 한곳에 머무는 순간 사라져버릴 것이다

장렬히 끝내는 것만이 최선이었던

사랑이라는 형태가 주는 기기묘묘한 내용들

기억은 떼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다

 

가을이 오면

붉은 나무는 붉은 눈물을 흘리고

모든 소리는 네게로 선회하는 날개를 가진다

붙어있던 것들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

먼 데로 굴러가는 소리

 

그리움은 어딘가 오고 있을 먼 먼 사랑의 시제

구김살 있는 삶의 정경과 전방위적 슬픔

핏빛 주검들 사이로

막 가는 재미를 바퀴는 안다

 

차르르 차르르 먼 길 돌아

나는 나에게 도착한다

소리가 소리를 반격한다

 

 

 

<2020 14회 바다문학상 대상)

2021311일 오후 1217분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