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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외솔시조문학상 작품상 수상작 -어깨를 툭 치고 가네 외 2 /박환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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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외솔시조문학상 작품상 수상작>

 

어깨를 툭 치고 가네 

 

박환규

 

 

서둘러 봄 떠난 자리 짙어지는 초록물에

살짜기 손이라도 담그고 싶은 저녁

유월은 휘어지도록 가라앉아 길을 낸다

 

그 길의 허릴 안고 여름 달이 떠 있다

너무 가까워서 무거웠던 내리사랑도

다정도 참 편안하고 홀가분할 때가 있다

 

이제까지 흘러 보낸 작은 일상들이

버리지 못한 헌 옷 같이 새삼 그리운 날

때마침 헐거웠던 이웃 어깨를 툭 치고 가네

 

 

 

텃밭

 

 

맘 한켠 소망 한켠 두둑한 나의 텃밭

상추도 치커리도 이라이랑 토마토도

아내가 웃고 서 있다 오늘 저녁 식탁을

 

농부의 마음으로 자식농사 지으면서

비바람 막아서며 푸르른 생명 앞에

오늘은 또 다른 나를 본다 잡초까지 품는다

 

 

 

벽난로

 

 

참나무 타는 소리 고구마 익는 소리

설레고 고단했던  오늘도 잘 달려왔다

늑대와 개의 시간이면 집에 있어도 집 생각

 

가쁜 숨 몰아내고 낮 꿈도 떨쳐내고

솔기 터진 시간 속에 알싸하게 불 지핀다

깊어진 외로움마저 덤으로나 얻어 걸친

 

 

- 《시조정신》 2021. 9호(추동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