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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외솔시조문학상 작품상 수상작>
어깨를 툭 치고 가네
박환규
서둘러 봄 떠난 자리 짙어지는 초록물에
살짜기 손이라도 담그고 싶은 저녁
유월은 휘어지도록 가라앉아 길을 낸다
그 길의 허릴 안고 여름 달이 떠 있다
너무 가까워서 무거웠던 내리사랑도
다정도 참 편안하고 홀가분할 때가 있다
이제까지 흘러 보낸 작은 일상들이
버리지 못한 헌 옷 같이 새삼 그리운 날
때마침 헐거웠던 이웃 어깨를 툭 치고 가네
텃밭
맘 한켠 소망 한켠 두둑한 나의 텃밭
상추도 치커리도 이라이랑 토마토도
아내가 웃고 서 있다 오늘 저녁 식탁을
농부의 마음으로 자식농사 지으면서
비바람 막아서며 푸르른 생명 앞에
오늘은 또 다른 나를 본다 잡초까지 품는다
벽난로
참나무 타는 소리 고구마 익는 소리
설레고 고단했던 오늘도 잘 달려왔다
늑대와 개의 시간이면 집에 있어도 집 생각
가쁜 숨 몰아내고 낮 꿈도 떨쳐내고
솔기 터진 시간 속에 알싸하게 불 지핀다
깊어진 외로움마저 덤으로나 얻어 걸친
- 《시조정신》 2021. 9호(추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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