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거울의 습관 /마경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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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습관

 

마경덕

 

 

주름 많은 여자가

주름치마를 입고 거울 앞에 서 있어요

 

얼굴을 마주하면 불편한 거울과

솔직해서 속상한 여자의 사이에 주름이 있습니다

 

한때 미모로 주름잡던 여자는

두 손으로 구겨진 얼굴을 펴고

거울은 한사코 나이를 고백합니다

수시로 양미간에 접힌 기분은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주름진 치마는 몇 살일까요

저 치마도 찡그린 표정입니다

 

치마는 주름 이전만 기억하고

얼굴은 왜 주름 이후만 기억하는 걸까요

 

거울처럼 매끈해지려고 여자는

굳어진 표정을 마사지로 수선 중입니다

 

접혀서 아름다운 건

커튼과 꽃잎, 프릴과 아코디언, 사막의 모래물결, 샤페이, 기다림을 꼽는 손가락ⵈ

 

거울이 겉주름을 보여줄 때 속주름은 더 깊어집니다

여자와 거울

둘의 관계는 쉽게 펴지지 않아요

 

양미간을 찡그리는 습관보다

거짓말을 못하는 거울의 습관이 더 무섭습니다

 

 

 

―『문학과의식』(2021,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