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원고

북한산 연가(戀歌) 1/정호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2. 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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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연가(戀歌) 1

 

정호순

 

 

1,

―백운대

 

 

지난밤 비바람 몹시 불고

천둥 번개 요란했는데

아무 탈 없이 잘 있는지요

 

비 내리는 지지난 봄엔 진달래능선으로 올랐다가

지난가을은 단풍 고운 하루재 고갯길로 올랐다가

눈 내리는 오늘은 북한산성 대서문 골짜기로

당신을 뵈러 갑니다

 

풍경에 들면 풍경의 모습이 보이지 않듯

산에 들면 산의 모습을 볼 수 없어

늘 내 속에 있는 당신

 

당신 품에 안기면 당신이 보이질 아니하고

당신 품에 있어도 당신을 못 찾아

산을 올라도 산을 내려와도

나는 늘

당신이 그립습니다

 

2.

―인수봉

 

 

당신은

내게 있어

언제나

멀고 먼

당신이지요

 

그러나 당신이 늘 거기에 그대로 계시기에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쁜 일입니다

 

3.

―만경봉

 

 

아름다워라 만경대!

무슨 말

더 필요할까

 

가까이 가면 제대로 볼 수 없을까

이만치서 한 그루 소나무 되어

'그댈'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네

 

 

 

―계간『詩하늘 102』(2021년 겨울호)

 

*삼각산(북한산)의 최고 높은 세 봉우리. 백운봉(白雲峰836m), 인수봉(仁壽峰810m), 만경봉(萬景峰799m) 세 봉우리가 우뚝 서서 깎아 세운 듯한 삼각(三角)과 같다 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고려시대 이래 불리어온 북한산의 산 이름으로 지금까지도 북한산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