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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고 새가 울고
ㅡ외손녀 하윤이에게
정호순
톡, 톡, 톡...
들뜬 마음에 풋잠 든 신새벽 누군가
내 잠을 깨우는
창문 두드리는 소리
초아의 살랑거리는 바람처럼
네가 왔구나 돌돌돌
노래하는 산골짜기 시냇물처럼
그렇게 왔을 거야
우리는 모두 네가 오기를
오래전 약속처럼 기다렸단다
어떤 꽃일까 어떤 새일까
참으로 궁금했지
살포시 감은 눈엔 꽃잎이 열리고
꽉 쥔 주먹은 잘 여문
도토리 한 알
찡그리던 미간이 펴지며
댁대구르르 배냇짓 웃음소리
꿈꾸듯 칭얼거리면 지나가는
솔바람도 걸음을 멈추고
다보록한 머리카락
진한 속눈썹
폴락폴락 날갯짓하는 나비가 앉아
차안의 세상만사
네가 와서 새 울고 꽃이 피고
웃음꽃 피는구나
―계간『詩하늘 106』(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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